깨지기 쉬운 유리로 반도체를? 삼성전자와 삼성전기가 유리기판에 집착하는 이유

유리기판이 반도체 패키징 산업에 혁명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충격에 약한 일반 유리와 달리, 첨단 반도체의 심장부로 들어가는 이 특별한 유리는 왜 인텔, 삼성, SKC 같은 글로벌 거인들이 수백억을 투자하는 블루칩 기술이 되었을까요?

플라스틱 PCB가 한계에 부딪힌 지금, 실리콘과 거의 같은 열팽창 계수를 가진 유리기판은 300도가 넘는 고온에서도 미세한 뒤틀림 없이 안정적인 성능을 발휘합니다.

또한 신호 손실이 극도로 적어 초당 수조 번의 연산을 요구하는 AI 가속기와 데이터센터에서 차세대 통신 기술의 완벽한 동반자가 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역사의 새 장을 여는 이 기술 경쟁에서 인텔의 10년 연구와 600개 특허, 삼성의 계열사 시너지, SKC의 미국 정부 지원 전략 중 누가 최종 승자가 될까요?

유리처럼 투명하게 보이지만 그 속에 숨겨진 무한한 가능성과 유리기판 기술의 격전을 파헤칩니다.

1. 차세대 패키징 기술의 등장

반도체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칩 자체의 성능 향상뿐만 아니라 패키징 기술의 혁신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유리기판(Glass Core Substrate)’ 기술은 기존 유기 기판의 한계를 뛰어넘어 반도체 패키징의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유기기판 vs 유리기판 비교
유기기판 vs 유리기판 비교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공지능, 고성능 컴퓨팅, 대규모 데이터 센터 등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기존의 플라스틱 PCB와 같은 유기 기판이 가진 한계가 뚜렷해졌습니다.

열에 취약하고 구조적 안정성이 부족하며 나노미터 수준의 정밀한 패턴 구현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리기판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높은 평탄도와 열적 안정성, 우수한 전기적 특성 그리고 뛰어난 내구성을 바탕으로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2. 유리기판의 핵심 기술적 특성

유리기판의 핵심 기술적 특성
유리기판의 핵심 기술적 특성

열적/기계적 안정성

유리기판의 가장 주목할 만한 특성 중 하나는 열적 안정성입니다.

유리의 열팽창 계수는 실리콘과 매우 유사해 온도 변화에도 기판이 거의 뒤틀리지 않습니다. 이는 고발열 환경에서 작동하는 AI 반도체나 서버용 칩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고온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형태를 유지하며 높은 기계적 강도를 바탕으로 물리적 충격이나 압력에 대한 내구성이 우수합니다. 이러한 특성은 반도체의 신뢰성과 수명을 크게 향상시킵니다.

전기적 특성

유리기판은 낮은 유전율과 작은 손실 계수를 가지고 있어 고주파 신호 전송에 매우 적합합니다. 신호 왜곡이 적고 무결성이 높아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의 손실을 최소화합니다.

이는 AI 반도체와 같이 초고속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응용 분야에서 중요한 경쟁력이 됩니다. 전체 시스템의 처리 속도와 에너지 효율성이 향상되어 성능 개선에 크게 기여합니다.

평탄도와 가공성

현대 반도체는 나노미터 수준의 회로 선폭을 요구하며 유리기판은 매우 높은 평탄도를 바탕으로 정밀한 회로 패턴 구현에 이상적입니다.

특히 TGV(Through-Glass Via) 기술을 통해 매우 미세한 구멍을 정밀하게 가공할 수 있어 복잡한 3D 배선 구조를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신호 경로를 확보할 수 있어 패키지의 소형화와 고성능화가 가능해집니다.

3. 글로벌 기업들의 유리기판 기술 개발 현황

인텔 – 선행 연구와 특허 확보

인텔은 유리기판 기술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0년 이상의 선행 연구를 통해 600건 이상의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이미 패턴 왜곡을 50% 감소시키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75㎛ 크기의 TGV와 20:1 종횡비, 1mm 코어 두께의 테스트 칩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인텔의 장기적 목표는 단일 패키지에 1조 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는 기술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SKC/Absolics – 미국 생산 기반 확보

SKC는 자회사 Absolics를 통해 유리기판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미국 조지아주 코빙턴에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미국 CHIPS법에 따른 7,500만 달러의 정부 보조금을 확보했습니다.

2025년 상반기에 시험 생산을 시작하고 하반기부터 대량 양산 체제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인터포저를 생략한 초슬림 패키징 구조와 AI 반도체용 칩렛 구조에 최적화된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 계열사 협업 시너지

삼성전자는 DS부문 파운드리 사업부를 중심으로 유리기판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포저를 생략할 수 있는 유리기판 기반 구조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삼성디스플레이의 유리 가공 기술과 삼성전기의 기판 조립 노하우를 결합한 계열사 간 협업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2024년 현재 설계 검증 단계에 있으며 2025 ~ 2026년에는 AI 반도체용 공정에 적용하고 2027년부터 양산 체제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특히 3D 패키징 기술인 SAINT와 유리기판의 결합을 통해 효율적인 열 관리와 향상된 데이터 처리 속도를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TSMC – 기술 검토와 신중한 접근

파운드리 시장의 선두주자인 TSMC는 유리기판 기술에 대해 공식적인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기술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초기 시장에서의 기술적 난이도와 수익성 확보에 대한 우려로 신중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경쟁사들의 기술 개발 현황과 시장 성숙도를 관찰하며 적절한 진입 시점을 모색하고 있으며 기술이 안정화된 이후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4. 유리기판의 활용 분야와 산업적 영향

유리기판 주요 활동 분야
유리기판 주요 활동 분야

고성능 컴퓨팅과 AI 분야

유리기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고성능 컴퓨팅(HPC)과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입니다.

초고속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AI 칩, 데이터센터용 CPU/GPU, 자율주행 시스템 등에 유리기판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칩렛 아키텍처에서는 여러 칩 간 고속 신호 전달이 중요한데 유리기판의 우수한 전기적 특성이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합니다.

또한 고발열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할 수 있어 서버용 칩의 열 관리에도 큰 기여를 합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광학 기술

유리기판은 반도체 외에도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LED나 AR/VR용 마이크로OLED 디스플레이는 매우 정밀한 패턴 배치가 필요한데 유리기판의 높은 평탄도가 이를 가능하게 합니다.

또한 광전자칩(OEIC)과 광학 센서 분야에서도 유리의 투명성과 정밀 TGV 기술이 결합되어 혁신적인 제품 개발이 가능합니다. 레이저 통신 모듈과 같은 첨단 광통신 분야에서도 활용될 전망입니다.

FOPLP 기술과의 시너지

유리기판의 산업적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는 FOPLP(Fan-Out Panel Level Packaging) 기술과의 결합입니다.

이 기술을 접목한 시장은 2024 ~ 2030년 동안 연평균 29% 성장하여 2030년에는 29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형 유리 기판 위에서 여러 칩을 동시에 패키징하는 패널 단위 생산 방식은 기존 웨이퍼 단위 공정보다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킵니다. 이를 통해 생산 비용이 절감되고 시장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유리기판 기술의 도전 과제

유리기판이 가진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기술적 과제들이 남아있습니다.

첫째, 유리의 물리적 취약성입니다. 유리는 압축 강도는 높지만 충격에 약하여 제조 과정이나 운송 중 파손 위험이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화 유리 기술과 정밀 자동화 핸들링 장비 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둘째, TGV 공정의 기술적 난이도입니다. 유리에 미세한 구멍을 정밀하게 가공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레이저와 플라즈마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가공 방식과 특수 식각액 개발 등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셋째, 금속 배선과 유리 표면의 접합성 문제입니다. 유리는 금속과의 화학적 결합력이 낮아 배선이 잘 부착되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특수 코팅 기술과 나노 텍스처링 기술 등을 통해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이 외에도 검사 기술의 미비, 대면적 처리 시 수율 문제 그리고 경제성 확보 등의 과제가 있지만 이러한 기술적 장벽은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점차 극복되어 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5. 유리기판 시장 전망 및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지평

유리기판 시장 전망 및 산업 영향
유리기판 시장 전망 및 산업 영향

유리기판 시장은 성장 초기 단계에 있지만 향후 급격한 성장이 예상됩니다.

2023년 약 2,300만 달러 규모였던 시장은 2034년까지 약 42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연평균 성장률(CAGR) 40% 이상에 해당하는 놀라운 성장세입니다.

향후 5년 내에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서 유리기판의 점유율이 5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러한 급속한 성장은 AI, 자율주행, 메타버스 등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고성능 반도체 수요 증가와 맞물려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리기판의 보급은 반도체 패키징 산업 구조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기존 FC-BGA, BT기판 중심의 생태계는 재편될 것이며 고가의 실리콘 인터포저 시장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레이저 가공 장비, 특수 유리 소재, 고성능 식각액 등의 시장은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유리기판 기술은 국가 간 기술 경쟁의 새로운 영역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CHIPS법을 통해 자국 내 생산을 지원하고 있으며 한국, EU, 일본도 각자의 전략으로 이 분야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가적 지원은 기술 발전과 시장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것입니다.

유리기판 기술은 단순한 소재 변경을 넘어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을 가진 혁신적인 기술입니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기술 개발은 이 기술이 가진 중요성을 잘 보여줍니다.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5G/6G 통신 분야에서 먼저 적용되기 시작해 점차 더 넓은 영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며 2030년대 중반에는 반도체 패키징의 표준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유리의 취약성, 공정 난이도, 경제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지만 지속적인 기술 혁신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은 점차 해결될 것입니다.

결국 유리기판 기술은 반도체 성능의 한계를 뛰어넘고 새로운 응용 분야를 개척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과 국가가 미래 디지털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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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유리기판 기술은 반도체 산업의 판을 완전히 뒤엎을 혁신적 게임 체인저입니다.

삼성, 인텔 같은 빅플레이어들이 눈치 싸움 속에서도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있는 이유죠.

AI 칩과 데이터센터, 통신 분야에서 먼저 꽃을 피우다가 2030년대 중반이면 대세로 자리 잡을 겁니다.

유기기판 업계는 뒤통수 맞은 기분일 테고 새로운 강자들이 우후죽순 등장할 겁니다. 지금까지 꿈만 꿔왔던 고성능 칩들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물론 유리가 깨지기 쉽고 공정이 까다롭다는 난관이 있지만 엔지니어들의 새벽 야근으로 곧 해결될 문제겠죠.

결국 이 유리기판 기술을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디지털 패권의 향방이 결정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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