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마침내 ‘갤럭시 XR’을 공개합니다.
구글·퀄컴과 함께한 프로젝트 무한의 결과물로, 애플 비전 프로가 열어젖힌 공간 컴퓨팅 시장에 새로운 파문을 일으킬 주인공이죠.
이번 갤럭시 XR은 단순한 헤드셋이 아닌, 텍스트·이미지·음성·시선을 동시에 이해하는 멀티모달 AI 제미나이가 탑재된 ‘머리에 쓰는 AI’입니다.
여러분이 바라보는 세상을 인식하고, 손짓과 목소리로 소통하며 현실과 가상을 잇는 완전히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선보입니다.
이제 스마트폰 이후의 다음 10년, XR 삼각동맹이 만드는 공간 컴퓨팅 시대의 문이 열립니다.
1. D-데이, 10월 22일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오는 10월 22일 오전 11시, 한국 시각으로 정확히 그 순간에 첫 XR 헤드셋 ‘갤럭시 XR’의 베일을 벗습니다.

2023년부터 구글, 퀄컴과 함께 ‘프로젝트 무한(Project Moohan)’이라는 코드명으로 극비리에 진행해온 이 프로젝트가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중심에는 구글의 AI 비서 ‘제미나이(Gemini)’가 자리하고 있으며, 안드로이드 XR 플랫폼과의 완벽한 통합으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인터페이스를 구현합니다.
공개된 티저 영상이 흥미롭습니다. 헤드셋을 착용하고 뉴욕 브루클린 다리를 바라보면 실제 뉴욕 시내 전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축구 경기장 한가운데 있으면 실시간 스코어가 시야에 표시되는 식입니다.
이는 갤럭시 XR이 현실 공간에 가상 정보를 자연스럽게 덧입히는 증강현실 기능을 갖추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제 모든 시선이 한 곳을 향합니다. 삼성이 애플과 메타가 양분하던 시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 것인가?
2. 애플이 바꿔놓은 게임의 룰
2023년, 애플은 ‘비전 프로(Apple Vision Pro)’ 한 방으로 시장의 판을 뒤집었습니다.
공간 컴퓨팅이라는 낯선 단어가 갑자기 기술 업계의 중심 키워드가 되었고, 모든 경쟁사는 애플이 설정한 새로운 기준점과 싸워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삼성이 당초 계획했던 XR 기기 출시를 전면 보류한 것입니다.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현재 제품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었죠.
애플의 선제공격은 경쟁사들에게 독특한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막대한 마케팅 투자로 ‘공간 컴퓨팅’이라는 개념을 대중에게 각인시켜 시장 교육 비용을 대신 부담해준 셈이지만, 동시에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하늘 높이 올려놓았습니다.
삼성은 이제 비전 프로에 필적하거나 특정 영역에서 능가하는 제품을 내놓아야만 합니다. 타협은 없습니다.
여기서 본질이 드러납니다. 이것은 단순한 하드웨어 성능 경쟁이 아닙니다. 애플의 폐쇄적 통합 생태계와 삼성-구글-퀄컴 연합의 개방형 생태계, 두 철학의 충돌입니다.
지난 10여 년간 스마트폰 시장에서 펼쳐졌던 그 전쟁이 이제 현실과 가상이 뒤섞이는 새로운 전장에서 재연되고 있으며, 승자가 향후 10년의 기술 지형을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3. 두 번의 실패가 만든 완벽한 전략
삼성의 XR 전략에는 값비싼 수업료가 숨어 있습니다.
‘기어 VR’과 ‘HMD 오디세이’를 기억하시나요? 두 제품 모두 시장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이 실패들이 오늘날 삼성 전략의 설계도가 되었습니다.
‘기어 VR’은 수백만 명에게 가상현실을 처음 경험시킨 공로가 있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성능에 따라 경험의 질이 들쭉날쭉했고, 발열은 끝없는 골칫거리였습니다.
이 경험에서 삼성이 얻은 교훈은 분명했습니다. 진정한 공간 컴퓨팅을 위해서는 XR 전용 하드웨어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HMD 오디세이’는 당시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했지만, 더 깊은 함정에 빠졌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혼합 현실’ 플랫폼에 모든 것을 걸었는데, 마이크로소프트가 해당 플랫폼을 포기하면서 오디세이도 함께 침몰했습니다.
이 경험은 결정적인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하드웨어도 지속 가능한 플랫폼 없이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을요.
두 번의 실패가 현재 전략의 DNA를 만들었습니다. 일관된 고성능을 보장할 퀄컴과의 동맹, 장기적으로 생태계를 함께 키울 구글과의 연합. 우연이 아닌 필연의 선택입니다.
4. 안드로이드 동맹의 재림: XR 삼각동맹
애플이라는 거인 앞에서 삼성은 혼자 싸우지 않습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검증된 성공 공식을 공간 컴퓨팅 시대에 맞게 재설계한 강력한 연합, ‘XR 삼각동맹’이 그 뒤에 있습니다.
삼성, 구글, 퀄컴 세 거인의 역할 분담은 정교합니다.

설계와 제작의 거장, 삼성
삼성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 제조 기술과 양산 능력을 바탕으로 최종 제품의 설계와 제작을 총괄합니다.
특히, 업계 최고 품질로 평가받는 소니의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OLEDoS)를 탑재하고, 오랜 기간 축적된 스마트폰 및 웨어러블 기기 설계 노하우를 활용하여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을 완성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세상을 연결하는 두뇌, 구글
구글은 이 연합의 소프트웨어 심장부입니다. XR 환경에 최적화된 새로운 안드로이드 기반 운영체제(OS)를 개발하여 플랫폼의 근간을 제공합니다.
이는 수백만 명에 달하는 기존 안드로이드 개발자들이 비교적 쉽게 공간 컴퓨팅 앱 개발에 뛰어들 수 있는 다리를 놓아주어, 생태계 확장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또한 구글의 AI 비서 ‘제미나이’를 통해 기기의 핵심 기능인 멀티모달 AI 경험을 뒷받침할 전망입니다.
강력한 힘의 원천, 퀄컴
퀄컴은 이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최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드는 강력한 엔진, 즉 XR 전용 칩셋인 ‘스냅드래곤 XR2+ 2세대’를 공급합니다.
퀄컴의 칩셋은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구동, 복잡한 3D 그래픽 렌더링, 실시간 센서 데이터 처리 등 XR 기기의 핵심 연산을 담당하며 전체적인 사용자 경험의 질을 결정합니다.
개방성의 양면: 기회와 과제
이 조합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아이폰에 대항해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성공으로 이끈 바로 그 전략의 재현입니다.
하지만 개방형 모델의 강점인 ‘개방성’은 동시에 ‘파편화(Fragmentation)’ 문제를 내포합니다.
장기적으로 구글의 XR 플랫폼이 다른 제조사에게도 개방되면 다양한 가격대의 기기들이 등장하게 되고, 이는 사용자 경험의 일관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삼성의 과제는 ‘갤럭시 XR’만의 독보적인 경험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 지위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5. 누가 사게 될까? 200만 원대의 승부수
삼성의 타겟 선정은 정확합니다. 애플의 499만 원짜리 ‘미래 체험권’과 메타의 70만 원대 ‘게임 머신’ 사이,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들을 겨냥합니다.
바로 프로슈머와 하이엔드 유저입니다. 이들은 70만 원짜리 게임기로는 만족할 수 없지만, 499만 원을 선뜻 지불하기는 망설여지는 사람들입니다.
삼성이 설정한 약 200만 원대 중후반($1,800)이라는 가격은 이 심리적 균형점을 정확히 겨냥합니다.

표 1: 공간 컴퓨팅 시장 경쟁 구도 분석
| 구분 | 삼성 갤럭시 XR | 애플 비전 프로 | 메타 퀘스트 3 |
|---|---|---|---|
| 핵심 타겟 | 프로슈머, 하이엔드 유저 | 개발자, 얼리어답터, 부유층 | 게이머, 일반 소비자 |
| 가격대 | 약 255만 원 ($1,800) | 499만 원+ | 70만 원대+ |
| 핵심 가치 제안 | 안드로이드 개방형 생태계, 멀티모달 AI | 완벽한 애플 생태계 연동 | 압도적인 게임 콘텐츠 라이브러리 |
| 디스플레이 기술 | 4K 마이크로 OLED (4032 PPI) | 마이크로 OLED (약 3391 PPI) | LCD (약 1218 PPI) |
| 주요 컨트롤 방식 | 핸드/아이/음성 트래킹 + 컨트롤러 | 핸드/아이 트래킹 | 물리 컨트롤러 + 기본 핸드 트래킹 |
| 프로세서 | 스냅드래곤 XR2+ 2세대 | Apple R1 / M2 | 스냅드래곤 XR2 Gen 2 |
| 생태계 해자 | 삼성 DeX 및 갤럭시 연동, 제미나이 AI | iCloud, 연속성 등 애플 생태계 | 퀘스트 스토어 게임 라이브러리 |
| 배터리 설계 | 외장형 팩 (USB-C 연결) | 유선 외장형 팩 | 스탠드얼론 (내장형) |
시장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메타가 최근 자신들의 ‘호라이즌 OS’를 ASUS, 레노버 같은 외부 제조사에 개방한다고 발표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공세를 감지하고 서둘러 방어선을 구축한 것입니다.
삼성의 전략은 명확합니다. 비전 프로가 만들어낸 거대한 기대감을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충족시키겠다는 것입니다.
6. 스펙으로 보는 승부처
갤럭시 XR이 비전 프로를 정조준한 지점들이 있습니다.

더 선명한 화면
양쪽 눈에 각각 4K 해상도 마이크로 OLED, 총 2900만 화소입니다. 화소 밀도는 4032 PPI로 비전 프로(3391 PPI)를 능가합니다. 픽셀 격자가 거의 보이지 않는 수준입니다.
더 가벼운 무게
비전 프로의 아킬레스건이었던 600g 이상의 무게를 545g으로 낮췄습니다. 헤드 스트랩의 쿠션과 조절 다이얼로 무게를 분산시켜 장시간 착용 시 피로도를 줄였습니다.
선택의 자유
눈, 손, 음성 제어에 더해 정밀한 물리 컨트롤러 두 개를 제공합니다. 게이머와 크리에이터 모두를 아우르는 선택입니다.
유연한 전원
외부 배터리 팩을 USB-C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본체 무게를 줄이고, 필요 시 다른 보조 배터리로 교체해 사용 시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7. 진짜 차별점은 따로 있다
“그래서 이걸로 뭘 하는데?” 핵심 질문입니다. 삼성의 답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공간 DeX입니다. 삼성 사용자들에게 익숙한 DeX가 공간 컴퓨팅으로 진화합니다.
갤럭시 XR을 쓰면 물리적인 모니터 없이 눈앞 공중에 거대한 가상 화면 여러 개를 띄워놓고 작업할 수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완벽한 멀티태스킹 환경을 즉시 구축하는 것이죠.
둘째, 멀티모달 AI 제미나이입니다. 사용자가 보는 것, 듣는 것, 말하는 것을 동시에 이해합니다.
헤드셋을 쓰고 건물을 바라보며 “이게 뭐야?”라고 물으면 제미나이가 시각 정보와 음성을 결합해 즉시 답합니다. 손가락으로 사물 주위에 원을 그려 검색하는 ‘서클 투 서치’도 지원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기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애플의 ‘연속성’ 기능도 강력하지만 아이폰을 완전한 데스크톱으로 변환하지는 못합니다. 메타는 연동할 모바일 생태계 자체가 없습니다.
오직 삼성만이 수억 명의 갤럭시 사용자가 익숙한 모바일 플랫폼을 공간 컴퓨팅으로 확장하고, 강력한 AI를 더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8.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삼각동맹이 진짜 노리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지금 공개되는 헤드셋은 서막입니다. 최종 목표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일반 안경 형태의 ‘스마트 글래스’입니다.
퀄컴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이 “삼성, 구글과 MR 스마트 안경을 개발 중”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삼성은 이미 ‘삼성 글래스’ 상표권을 등록해두었습니다.
초기 생산량을 10만 대로 제한한 것도 힌트입니다. 대중 판매가 아닌 개발자와 파트너 공략용입니다. 앱과 콘텐츠 생태계를 먼저 구축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전략은 명확합니다. ‘헤드셋 먼저, 글래스는 나중에’입니다. 먼저 고성능 헤드셋으로 개발자를 유치하고 앱 생태계를 구축합니다.
생태계가 무르익으면 더 가볍고 대중적인 ‘삼성 글래스’를 출시합니다. 이 글래스는 첫날부터 풍부한 콘텐츠를 갖추게 되어, 과거 구글 글래스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습니다.
지금의 갤럭시 XR은 더 큰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첫 단추입니다.
9. 전쟁은 이제 시작이다
삼성-구글-퀄컴 연합은 애플의 독주를 막을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했습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킬러 앱 확보, 완벽한 인체공학, 세 기업 간의 긴밀한 협력 유지. 모두 성공의 필수 조건입니다.
하지만 10월 22일은 분명한 선언입니다. 스마트폰 시대의 경쟁 구도가 공간 컴퓨팅으로 완전히 이동했다는 신호탄입니다.
향후 10년간 기술 산업의 방향을 결정할 플랫폼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두 거인이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벌이는 대결, 그 첫 장면을 우리는 곧 목격하게 됩니다.
아래는 함께 읽어보면 좋을 포스팅입니다.

마치며
갤럭시 XR은 단순히 또 하나의 신제품이 아닙니다. 이것은 기술이 인간의 감각과 맞닿는 방식을 완전히 새로 정의하는 시작점입니다.
스마트폰이 우리의 손안에 세상을 담았다면, XR은 눈앞의 현실 위에 새로운 세계를 그립니다. 이제 당신은 화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으로 ‘들어가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삼성의 XR이 제시하는 진짜 가치는 스펙이나 성능이 아닙니다. 그것은 여러분의 일상 속에서 기술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드는가에 있습니다.
공간 DeX(Spatial DeX)를 통해 카페나 이동 중에서도 데스크톱 수준의 업무 환경을 펼치고, AI(AI)가 당신의 시야 속 정보를 즉각적으로 분석하며 손짓 하나로 도와주는 순간—기술은 더 이상 도구가 아닌 동반자가 됩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혁신이 어떤 형태로 구현될지입니다. 10월 22일, 삼성은 단순한 기기가 아닌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